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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공부 이야기

이외수와 닭도리탕 논쟁.... 한국어는 왜 배타적인가?

by justen 2012. 2.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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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도리탕 논쟁의 중심에 선 이외수님.

한국인이 가지고 있는 결벽증
이외수님이 닭도리탕과 관련하여 도리가 일본어가 아니라 순우리말이라고 주장하시는 바람에 인터넷에서 한바탕 작은 소동이 벌어진 모양인데 저 자신은 이 논쟁이 참 무의미한 소동이라고 생각합니다. 닭도리탕이 일본어이든 한국어이든 크게 상관할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 저의 기본 입장입니다. 이런데 쓸 정력과 열정을 친일파 청산에나 쏟았으면 좋겠습니다.


한국인들은 일반적으로 외국어, 또는 외래어에 대해 대단히 배타적인 입장을 취하는데 그 첫번째 이유는 한국어, 곧 한글이 전세계적으로 유례없이 인위적인 연구와 부단한 노력에 의해서 탄생한 언어라는 점 때문입니다. 한국인들은 세종대왕께서 창제, 반포하신 한글을 순수하게 지켜야 한다는 일종의 부채의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한글을 올바르고 한 점 더러움없이 깨끗하게 사용해야 한다라고 하는 이런 강박관념은 우리가 외래 언어와 문법의 유입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취하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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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들은 세종대왕님께 부채의식을 가지고 있다.

두번째 이유는 일본 식민지 시절에 일본어의 영향으로 발생한 어휘들에 대한 거부감때문입니다. 개인적으로 일본 식민지 시절의 잔재를 몰아내는데는 찬성입니다. 다마네기(양파), 쓰메끼리(손톱깎이), 와루바씨(나무젓가락) 등의 왜색이 짙게 느껴지는 단어들은 국민들의 많은 노력에 의해 거의 사라졌고 현재 닭도리탕이 순우리말이냐 아니면 일본어의 영향을 받은 말이냐 하는 논쟁 정도가 남아있는데 도리가 일본어이든 아니든 이 정도는 그냥 용인해도 되지 않을까 싶은 것이 제 개인적인 소견입니다.

문제는 이 두 가지 이유때문에 외국의 어휘와 외국언어로부터 문법적인 영향을 받는 것에 한국어가 지나치게 배타적이 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세상의 모든 언어는 결코 순수하지 않으며 수많은 언어들이 서로 상호교류하면서 영향을 주고 받으며 발전해 왔습니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언어는 결코 발전하지 못합니다. 한국어는 주로 중국의 언어에 영향을 받으며 발전해 왔는데 더 많은 문화들과 교류하지 못한 것은 대단히 아쉬운 일입니다.

외래 어휘를 받아들여야 언어가 발전한다 

가령 아프리카의 어떤 부족이 사용하는 언어는 숫자를 셀 수 있는 어휘가 1부터 5까지만 존재한다고 합니다. 5이상의 숫자는 그냥 '많다'라고 표현합니다. 이 부족이 사용하는 언어는 미래에 생존가능성이 높을까요 아니면 낮을까요? 이 부족이 5이상의 어휘의 필요성을 자각하고 외국의 숫자 체계를 받아들인다면 그 언어의 생존 가능성은 높아질 것입니다. 하지만 그 언어의 순수성을 지키기 위해 폐쇄적인 자세를 취한다면 생존 가능성은 낮아질 것입니다.

외국의 어휘를 받아들이는데 적극적인 언어는 발전하고 더 널리 퍼져나갑니다. 예를 들어서 예전에 옥스포드 영어사전이 한국 어휘인 온돌을 등재했다는 신문기사가 실렸습니다. 옥스포드는 굳이 따뜻한 돌이라는 의미의 warm stone이라는 어휘를 쓰지 않고 ondol이라는 한국 어휘의 발음을 그대로 가져다 사용했습니다. 이는 warm stone이라는 말로는 한국의 독특한 난방문화를 표현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당시 한국에서는 옥스포드가 한국의 독창적인 난방문화를 인정했다고 자랑스러워했는데 사실 이것은 외래 언어를 받아들이는데 능동적인 영어 문화권 사람들의 사고방식 때문입니다.

영어에는 souvenir(기념품)라는 영단어가 있는데 영어에 기념품을 의미하는 단어가 없었기 때문에 프랑스어를 그대로 가져다 쓴 것입니다. 딱히 프랑스의 독창성을 인정해서 그런 것은 아니라는 말입니다. 얼마 전에 뉴스 기사에 한국의 포대기문화가 서양에 전파되어 글로벌 육아 혁명을 일으키고 있다는 기사를 보았는데 포대기를 podaegi로 표현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서양에도 포대기와 비슷한 어휘가 있거나 혹은 만들어낼 수 있을테지만 이들은 굳이 그런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한국의 어휘발음을 그대로 가져다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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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육아혁명이 된 한국의 전통문화 포대기(podaegi)

도움과 어시스트는 의미가 다르다
반면 한국인들은 외래 어휘를 받아들이는데 대단히 인색합니다. 한때 모든 외국어와 외래어를 다 한글표현으로 바꾸자는 운동이 일었던 적이 있습니다. 가령 컴퓨터라는 외래 어휘를 쓰지 말고 셈통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자라는 주장이 있었는데 물론 지금 아무도 사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축구에서 쓰는 골킥, 페널티킥, 코너킥, 어시스트 등의 어휘들을 다 한글 표현으로 바꾸자는 주장은 북한뿐만 아니라 한국에서도 한 때 유행병처럼 번졌던 일입니다. 지금 현재는 어시스트를 도움으로 사용하는 것만 남았을 뿐입니다. 사실상 축구에서의 어시스트라는 표현은 warm stone과 ondol이 다른 어감을 가지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한글에서의 도움과는 조금 다른 의미입니다. 하지만 한국어 사용자의 인색함은 이를 용인하려고 하지 않습니다.

<영단어 왜 암기하기 어려운가?>에서 언급한 바 있지만 영어는 어휘수가 다른 그 어떤 언어들보다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영어 사용자들은 외래 어휘를 능동적으로 받아들이고 같은 의미의 어휘가 있어도 영어가 아닌 외래어를 자주 가져다 씁니다. 따라서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하지 않는 사람들이 영어를 공부할 때 모국어에서 차용된 어휘를 발견하게 되면 그 어휘는 쉽게 익히게 될 것입니다. 따라서 영어를 좀 더 친숙하게 여기게 될 것이고 영어사용자는 더욱 늘어나게 됩니다.

지금은 고인이 되신 앙드레 김님이 평소에 '판타스틱하고 엘레강스한....'이라는 표현을 자주 사용했었는데 많은 사람들이 한국어에도 '환상적이고 우아한'이라는 좋은 말이 있는데 외래어를 사용한다고 앙드레 김님을 비난했습니다. 하지만 제 생각에 알고 그랬든 모르고 그랬든 앙드레 김님은 어떤 면에서 보면 한국어의 세계화에 공헌한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영어를 모국어로 하는 사람들은 한국어를 공부할 때 '판타스틱한'과 '엘레강스한'을 거부감없이 받아들일테니까요.

한국어는 과학적이고 체계적이며 다른 그 어떤 언어와도 비교할 수 없는 독특한 알파벳 체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외래어 몇 개 받아들인다고 해서 흔들릴 정도로 나약한 언어가 아닙니다. 또한 한국어는 발음상의 이점 때문에 외래어를 표기하기에 대단히 용이한 이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가령 일본어는 커피와 같은 발음을 못할 뿐만 아니라 표기하기도 힘들기 때문에 '고히'라고 하는 수 밖에 없지만 한국어는 이런 어려움으로부터 자유롭습니다. 한국어는 많은 외래어를 받아들일 수 있는 장점을 가지고 있는 언어인데 왜 이 장점을 포기하려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이는 단지 닭도리탕에 국한된 문제는 아닌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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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드레 김님은 자신도 모르게 한국어의 세계화에 기여했는지도 모른다.

어휘뿐만 아니라 외래 문법도 받아들여야 한다
한국인들은 어휘뿐만 아니라 외래 문법을 받아들이는데도 대단히 인색합니다. 예전에 어떤 국어학자가 고전문학을 살펴보면 수동태 표현이 없고 영어에서 유래된 표현이기 때문에 사용하지 말자라고 주장하는 것을 보고 헛웃음을 친 기억이 있습니다. 이 학자는 또한 한국어에는 원래 '~하지 않을 수 없다'와 같은 이중부정의 표현이 없었는데 이 또한 영어에서 유래했기 때문에 사용하지 않아야 한글을 바르고 곱게 사용하는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국어는 문법적 논리성에 많은 문제점을 가지고 있는 언어이고 수많은 외국어들과의 교류를 통해 더 정교한 문법을 가진 언어로 발전해야 한다는 것이 저의  주장입니다. 제 영문법 포스트들을 쭉 읽어보신 분들이라면 저의 의견에 조금은 동감하시리라 생각합니다.

닭도리탕이든 닭볶음탕이든 닭새탕이든 무슨 상관인지 모르겠습니다. 설령 도리가 일본에서 유래한 어휘라고 할지라도 쓰메끼리, 다마네기, 와루바씨 정도의 거부감이 드는 말은 아닐진대 이렇게 결벽증에 가까운 반응을 보일 필요가 있는 걸까요? 일본어인지 한국어인지 불명확한 사소한 단어 하나 때문에 작은 소동을 일으키면서도 친일파 청산에 대해서는 관대한 것은 무슨 모순인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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