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쥐가 무섭다." "나는 쥐를 무서워한다." 두 문장 사이의 차이는 무엇인가
한국어의 관점에서 영어를 설명하는 것의 위험성
영어에서 주어, 목적어, 보어를 가르치고 공부하는데 있어서 한가지 조심해야 할 것은 한국어의 해석상 ‘을, 를’의 토씨가 붙으면 목적어, ‘이, 가’의 토씨가 붙으면 보어로 간주해서는 안된다는 겁니다. 저도 중, 고등학교 때 그렇게 배웠고 아직도 많은 학교나 학원에서 이런 방식으로 가르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종종 한국어로는 ‘이, 가’의 토씨가 붙어도 영어로는 목적어로 간주해야 할 때도 있습니다. 우선 영어에서 주어, 목적어, 보어를 구분하는 기준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영어에서 주어는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면 문장의 맨 앞에 위치합니다. 그리고 주어의 뒤에 동사(서술어)가 나오죠.
주어 + 동사 + 명사(보어 or 목적어)
s1. Sally became a doctor. (Sally=a doctor)
샐리는 의사가 되었다.
s2. Sally loved a doctor. (Sally ≠ a doctor)
샐리는 의사를 사랑한다.
주어, 동사 다음에 똑같이 a doctor가 나오지만 위의 것은 보어이고 아래 것은 목적어입니다. s1은 ‘Sally=a doctor’의 관계가, s2는 ‘Sally≠a doctor’의 관계가 성립합니다. 단순하죠? 그렇다면 왜 한국어 토씨에 따라 영어 문장의 격을 판단하면 안되는 걸까요? 다음의 문장을 보죠.
s3. Sally need a pen.
샐리는 펜이 필요하다.
여기서 a pen은 목적어인가요? 보어인가요? 한국어의 관점에서 보면 보어입니다. ‘이, 가’의 토씨가 붙으니까요. 하지만 영어의 관점에서 보면 목적어가 됩니다. 한 학생이 질문을 하더군요. “‘샐리는 볼펜을 필요로 한다.’라고 하면 ‘을, 를’의 토씨가 붙으니까 목적어 아닌가요?” 그렇다면 “샐리는 볼펜이 필요하다.”라고 할 때는 볼펜이 보어가 되고 “샐리는 볼펜을 필요로 한다.”라고 할 때는 볼펜이 목적어가 되는 건가요? 두 한글 문장 사이에는 의미상 차이가 없습니다. 이것은 영어의 예외가 아니라 한국어의 토씨의 사용에 있어서의 예외사항입니다. 목적어에 ‘을, 를, 에게’, 보어에 ‘이, 가’의 토씨가 붙는 것이 한국어의 문법이지만 이 사항이 반드시 지켜지지 않습니다.
샐리는 쥐를 두려워한다.
샐리는 쥐가 두렵다.
위 두 문장은 같은 뜻이고 영어로는 "Sally is afraid of rats.”라고 표현할 수 있습니다. 위 문장은 ‘을, 를’의 토씨를 사용하는데 왜 아래 문장은 ‘이, 가’의 토씨를 사용하는 건지 알 수 없습니다. 게다가 동사의 어미도 ‘두려워한다, 두렵다’로 변화합니다. 우리는 그저 어렸을 때부터 습관적으로 그렇게 써왔으니까 그냥 그렇게 쓸 뿐이지만 만약에 영어권 사용자가 한국어를 배운다면 왜 목적어에 ‘을, 를’의 토씨를 붙이지 않는지 매우 혼란스러울 겁니다.
목적격 보어
보어에는 주격 보어와 목적격 보어가 있습니다. 흔히 4형식 문장과 5형식 문장을 헷갈리곤 하는데 이것도 역시 같은 방법으로 쉽게 파악할 수 있습니다. 주격 보어의 경우 주어 다음에 나온 명사가 주어와 이퀄관계냐 아니냐로 파악했듯이 목적격 보어의 경우 목적어 다음의 명사가 목적어와 이퀄관계냐 아니냐로 파악합니다. 다음의 예문을 보겠습니다.
s1. He gave her a book.
그는 그녀에게 책 한권을 주었다.
s2. He called her an angel.
그는 그녀를 천사라고 불렀다.
s1과 s2 모두 기본적으로 '주어+동사+목적어+명사'의 구조를 가집니다. 마지막의 명사가 목적어와 이퀄관계냐 아니냐로 목적격 보어를 판단합니다. s1의 경우 'her≠a book'이기 때문에 '간접 목적어+직접목적어'의 4형식 문장입니다. s2의 경우 'her=Angel'이기 때문에 '목적어+목적격 보어'의 5형식 문장이 됩니다.
이에 대해서는 나중에 문장의 형식에 대해서 다시 자세히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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