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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공부 이야기

영문법, 얼마나 완벽하게 구사해야 하나?

by justen 2012. 2.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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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문법, 안정효Here is 5 dollars.... 주어가 복수인데 왜 단수동사를 쓰는가?

예전에 영어 전문 학원에서 근무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원장님은 여자분이셨는데 영문학 박사과정을 밟고 계셨고 당연히 뛰어난 영어실력을 가지고 계셨습니다. 학원 선생님들의 복지 등에도 굉장히 신경쓰시는 분이라 그 학원에서 근무하면서 늘 존경하는 마음을 가지고 일했습니다. 제가 그 원장선생님을 더욱 존경하는 이유는 다른 것이 아니라 자신이 잘 모르는 부분에 대해서 솔직히 인정하시고 직원 선생님들에게 물어보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다는 점이었습니다.


그 학원에 들어간지 얼마 안되서 한번은 수업을 끝마치고 저녁 야식을 먹는데 원장님이 물어보시더군요. "중학교 1학년 내신 수업을 들어갔는데 교과서에 거스름돈을 거슬러 주는 장면에서 'Here is 5 dollars.'라는 지문이 있었어요. Here는 분명 유도부사고 5 dollars가 복수로 주어, 동사는 is인데 왜 동사가 복수동사인 are가 아니라 단수동사인 is인지 잘 모르겠어요."

이것은 영어에서도 가장 어려운 문법사항에 속하는 것인데 시간, 거리, 가격, 무게 등을 나타내는 단위명사들은 하나의 단위로 쓰일 때 단수취급 한다는 것입니다. 가령 '5년은 영어를 마스터하기에 너무 짧은 시간이다.'라고 말하면

s1. Five years is too short a time to master English.

라고 합니다. 여기에 더 어려운 점이 있습니다. '그가 죽은 이후 5년의 세월이 흘렀다.'라는 말은

s2.
Five years have passed since he died.

라고 합니다. 왜냐하면 s2에서는 five years가 s1에서 처럼 (영어를 마스터하는 기간이라는 의미의) 하나의 단위로 사용된 것이 아니라 그가 죽은 후 5년의 시간이 1년, 2년... 낱개의 개념으로 흘러갔다는 의미이기 때문입니다. 
당시 그 자리에서 원장님께 바로 말씀드리지는 못했지만 나중에 알려드릴 기회가 있었습니다. 제가 이 문법사항을 알고 있었던 것은 한 달전 쯤 이와 관련한 문법문제를 풀어보았기 때문입니다.

이쯤되면 영문법 공부하기 참 더럽다는 생각까지 듭니다. 꼭 이런 문법사항까지 알아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구요. 당시 그 영문법에 대해서 알고 있었다고 해서 제가 그 원장 선생님보다 더 영어 실력이 뛰어나거나 한 것은 절대 아닙니다. 저 스스로 그렇게 생각할 수도 없고 누구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것입니다.

제가 말하고 싶은 것은 과연 어느 정도 수준까지 영문법을 마스터해야 하느냐 하는 것입니다. 영어라는 언어가 한국어에 비해 워낙 복잡한 문법체계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공부를 하다보면 반드시 영문법의 벽에 부딪히게 마련입니다. 이것은 모국어로 영어를 공부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일종의 숙명과 같은 것입니다. 아무리 언어적 감각이 탁월한 사람이라도 이 벽에 부딪히지 않을 수 없습니다.

더 좋은 예로 소설가 안정효 선생님의 들 수 있습니다. 안정효 선생님은 <하얀 전쟁>,  <은마는 오지 않는다>, <헐리우드 키드의 생애>와 같은 히트작들을 쓴 작가이기도 할 뿐더러 서강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시고 이화여대 통역번역대학원 번역학 초빙교수를 지내신 대한민국 최고의 번역가이십니다. 전 생애를 창작과 영어연구에 바치신 안정효 선생님조차 "나는 평생 영어로 먹고 살았지만 아직도 정관사 사용법을 잘 모르겠습니다."라고 고백한 바 있습니다.

관련기사 --> [흐름과 소통] '토플대란'으로 본 영어 열풍
 

이 기사는 복거일 작가님과 안정효 선생님과의 대담을 담고 있는데 영어를 잘 모르는 복거일 작가님은 '영어공용화'를 주장하고 있고 영어에 대해서 잘 알고 있는 안정효 선생님은 오히려 '영어공용화'에 반대하고 있습니다. 또한 안정효 선생님은 영어 조기교육에도 반대하고 있는데 모국어 언어체계가 발달하지 않은 상태에서 영어를 공부하는 것은 많은 후유증을 남기기 때문입니다.

저도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항상 느끼는 것이 학생들이 영어를 잘 못하는 것은 실제로 영어를 못해서가 아니라 한국어를 잘 모르기 때문입니다. 평소에 책을 즐겨 읽고 한국어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학생들은 영어습득도 빠릅니다. 영어 자체를 공부하는 것 못지않게 한국어로 된 여러가지 종류의 책들을 읽고 사고력을 기르는 것이 오히려 영어공부에 도움이 됩니다.

한국어를 모국어로 가진 상태에서 영어를 공부하는 것은 조기 교육을 하든 늦게 배우든 상관없이 힘들긴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이 때문에 영어 조기 교육을 하게 되면 아이는 두 언어 체계 사이에서 혼란을 겪게 되고 이로 인한 후유증은 대단히 심각합니다. 그렇다고 복거일 작가가 주장하는 것처럼 한국어를 아예 버리고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한국어의 문화는 사라져버리고 여전히 한국어를 쓰는 사람들과 영어를 쓰는 사람들 사이의 갈등으로 인해 한국 사회는 큰 혼란에 빠질 것입니다.

하지만 앞에서 두차례의 예를 통해 언급했다시피 한국어를 모국어로 한 상태에서 영어의 문법을 공부하기란 무척 어렵습니다. Five years를 언제 단수취급하고 언제 복수취급해야 하는지, 정관사를 언제 사용하고 사용하지 말아야 하는지 영작을 해야할 때는 물론이고 회화를 할 때 더욱 어렵게만 느껴집니다.

사실 이러한 문법사항들은 영어를 모국어로 하지 않는 이상 자연스럽게 활용하기 대단히 어렵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한국어를 버리고 영어를 모국어로 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영어 원어민들은 문법을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나?>에서 밝혔지만 사실 영문법은 영어를 쓰는 사람들도 대단히 힘들어하기 때문에 문법을 종종 틀리곤 합니다. 또한 <미국인들도 힘들어하는 영어의 발음>에서 우리가 영어발음을 힘들어하는 것 못지않게 영어쓰는 사람들도 영어발음을 힘들어한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종종 자신의 영문법 실력이나 영어발음이 완벽하지 못하기 때문에 영작을 해볼 엄두조차 내지 않고 외국인과의 회화에 자신없어 합니다. 사실 이러한 자신감 상실이 오히려 영어를 공부하는데 걸림돌이 되는 것입니다. 완벽하게 영어를 구사하지 못하는 것은 저나 영문학 박사님이나 평생 영어를 연구하고 공부해오신 안정효 선생님과 같은 분도 모두 마찬가지입니다. 이것은 우리가 영어를 모국어로 공부하지 않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따라서 영어를 공부하는 우리의 목적이 영어를 모국어처럼 구사하는 것이 되어서는 안됩니다. 간혹 이러한 목표설정이 잘못되어 있기 때문에 아이들의 혀를 찢는 수술을 한다거나 무리하게 조기 영어교육을 시키는 등의 무리수가 벌어지고 당장의 영어실력이 금방 늘지 않는 것에 좌절하여 쉽게 영어공부를 포기하기도 합니다. 최소한의 독해, 영작과 의사소통을 위한 영어를 공부하세요. 관사의 사용이나 기타 세밀한 영어표현들은 다소 틀려도 상관없습니다. 정말 어려운 표현들은 외국인들도 영문법의 어려움을 알기 때문에 관대하게 눈감아줍니다. 이는 천천히 고쳐나가도 되는 문제입니다. 이러한 문제들 때문에 영어공부를 포기하게 된다면 그것이야말로 정말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영문법, 안정효영어의 절대 고수, 안정효 선생님도 정관사의 사용법을 잘 모르겠다고 말씀하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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