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영어공부 이야기

한국어도 꽤 발음이 힘든 언어다

by justen 2012. 1. 12.
반응형
영문장을 잘 발음해서 읽을 수 있게 될 때 영어 실력이 는다
지난 글(
미국인도 힘들어 하는 영어의 발음)에서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사람들조차 영어의 발음을 힘들어 한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영어는 하나의 자음과 모음이 여러 음가(音價)를 가지기 때문입니다. 학생들이 처음 영어를 배울 때 어려워 하는 가장 큰 이유가 바로 발음이 잘 안되기 때문이고 발음을 어려워 하지 않고 문장을 술술 잘 읽을 수 있게 될 때 영어 실력이 부쩍 느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훈민정음, 종성, 발음

세종대왕께서 훈민정음을 창제하실 때 가장 고민이었던 것은 아마도 종성을 어떻게 표기해야 하느냐 하는 것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한국어도 영어만큼이나 발음하기 힘든 언어인데 이는 한국어는 종성이 발달한 언어이기 때문입니다. 아마 전세계적으로 종성이 가장 발달한 언어가 한국어일 것입니다. 고등학교 때 국어를 공부할 때 '종성부용초성'이니 '칠종성가족용'이니 하는 것을 배웠는데 이는 조선시대에도 종성을 어떻게 표기해야 할지 많은 논란이 있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복합적인 문제'와 같은 구절을 외국인들에게 발음시키면 꽤 어려워하는데 이 구절이 실제로 '보캅쩌긴 문제'로 발음된다는 사실을 잘 알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세종대왕께서 한글을 창제하실 때 사람들이 하는 발음을 어떻게 표기할 것인가를 세밀히 연구하다보니 종성이 발달한 언어가 된 것이 아닐까 추측해봅니다.

아! 보루뻰 떠러져쓰무니다

사실 종성이 발달되지 않은 언어들도 꽤 많이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로 일본어가 그러한데 일본어는 'ㄴ'과 'ㅇ'이외에는 종성이 거의 없다시피 합니다. 그래서 특히 일본인들이 한국어 발음을 대단히 까다로워 합니다. 일본인들이 '~했습니까'를 '~해쓰무니까?"와 같이 발음하는 것은 바로 이러한 이유입니다. 대학시절 일본어학과 친구로부터 꽤 재미있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 하도 일본어 읽는 연습을 하다보니까 볼펜이 바닥에 떨어졌을 때 자기도 모르게 그만 "아! 보루뻰 떠러져쓰무니다."라고 말하더라는 겁니다. 일본어를 공부하는 사람들이 모두 겪는 경험인지는 모르겠지만 흥미로운 사실임에는 틀림없습니다. 종성의 발달로 보자면 '한국어 > 영어 > 일본어' 순이 될 것입니다. 예전에 박지성이 아인트호벤에서 활약하던 시절 네덜란드인들이 박지성을 '빠르크'라고 불렀는데 잘 모르기는 하지만 네덜란드어도 종성이 많이 발달하지 않은 언어가 아닐까 하고 추측해 봅니다.
일본어, 히라가나, 발음

일본어는 종성이 거의 없다시피한 언어다

한국어는 종성이 발달해 있기 때문에 대화할 때 발음이 다소 경직되는 듯한 느낌이 있습니다. 따라서의식적으로, 또는 긴장된 상태에서 무언가를 말할 때 종종 부자연스럽게 발음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것을 흔히 '국어책 읽듯이 발음한다'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또는 음절들 사이에서 발음이 뭉개져서 전혀 다른 말로 들리기도 합니다. 배우들이 종종 연기를 하면서 이런 경향을 종종 보이는데 감정에 몰입하면서 동시에 발음에까지 신경을 쓰기가 매우 힘들기 때문입니다. 발음에 신경을 쓰면 감정을 표현하기가 힘들고 감정에 신경을 쓰면 발음이 어색해지는 것을 피하기 힘듭니다.

한국인이면서 연기를 잘 하기란 얼마나 어려운가?
반면 일본이나 미국의 드라마, 영화 등을 보면 배우들이 연기를 더 쉽게 하는 듯 보이는데 이는 이들 언어의 발음이 한국어보다 더 쉽기 때문입니다. 앞에서도 지적했듯이 일본어는 종성이 적기 때문에 발음이 쉽습니다. 영어는 유음
(
流音)이 발달해 있고 억양(intonation)을 중요시하기 때문에 강세를 주는 부분은 강하게 발음하지만 강세가 없는 부분은 흘려서 발음하기 때문에 한국어만큼은 아니지만 종성이 발달되어 있다고 해도 익숙해지면 쉽게 발음할 수 있습니다.

따지고 보면 한국인이면서 연기를 잘 한다는 것은 정말 뛰어난 연기력을 가진 것이라고 말할 수도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한때 "누나 가슴에 삼천원쯤은 있는거에요"로 유명세를 탔던 배우 신동욱.
어쩌면 그는 발음이 어려운 한국어로 인한 최대 피해자일지도 모른다.
피나는 노력을 하지 않거나 타고난 재능이 없다면 한국인으로 배우를 하기란 정말 힘들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