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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7 For Your Eyes Only> 해석하자면 <007 당신만 보세요> 또는 <007 극비사항>쯤 되겠다
고등학교 시절 <007 For Your Eyes Only>를 본 후 제임스 본드의 매력에 반해서 007 시리즈를 비디오로 열심히 섭렵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 중 하나가 1973년 작인 <Live and Let Die>인데 내용은 썩 재미있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하지만 폴 매카트니가 작곡한 동명의 주제가를 좋아했고 지금도 즐겨듣곤 하는 노래입니다. 이 노래는 건즈 앤 로지즈가 리메이크하여 다시 히트시키기도 했죠.<007 Live and Let Die>는 우리나라 극장 상영시, 그리고 비디오 출시시에 <007 죽느냐 사느냐>라는 이름으로 출시되었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문법적으로 생각해 봐도 왜 'Live and Let Die'가 '죽느냐 사느냐'로 해석되는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원래 '죽느냐 사느냐'라는 어구는 셰익스피어의 희극 <햄릿>에서 햄릿의 독백에 나오는 대사입니다. 여기서 햄릿은 "To be or not to be"라고 말합니다. be동사는 '이다'와 '있다'의 의미가 있습니다. 따라서 직역하자면 "존재할 것인가 존재하지 않을 것인가?"라는 의미입니다. <be동사는 왜 '이다'와 '있다'의 의미를 가지는가?>에서 설명했지만 서양인들은 존재하느냐 존재하지 않느냐에 큰 가치를 둡니다. 반면 동양인들은 존재와 무존재에 그다지 큰 가치를 두지 않습니다.
어쨌거나 '죽느냐 사느냐'라고 말하려면 최소한 'Live or Die'라고 해야지 'Live and Let Die'는 도대체 무슨 뜻이냐는 거죠. 이 의문은 원형부정사를 목적격 보어로 취하는 동사들의 목적어가 종종 생략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폴 매카트니의 주제가를 해석하면서 풀리게 되었습니다.
s1. I have heard (people) say that he is rich.
나는 그가 부자라는 말을 들었다.(나는 사람들이 그가 부자라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
s2. Mother helped (me) do my homework.
어쨌거나 '죽느냐 사느냐'라고 말하려면 최소한 'Live or Die'라고 해야지 'Live and Let Die'는 도대체 무슨 뜻이냐는 거죠. 이 의문은 원형부정사를 목적격 보어로 취하는 동사들의 목적어가 종종 생략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폴 매카트니의 주제가를 해석하면서 풀리게 되었습니다.
s1. I have heard (people) say that he is rich.
나는 그가 부자라는 말을 들었다.(나는 사람들이 그가 부자라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
s2. Mother helped (me) do my homework.
어머니는 숙제하는 것을 도와주었다.(어머니는 내가 숙제하는 것으 도와주셨다.)
지난 포스트에서 설명했다시피 지각동사 hear과 사역동사 make, let, help는 목적어가 일반인일 경우, 그리고 문맥상 목적어가 명확한 경우 목적어를 생략해 줄 수 있다고 했습니다. 폴 매카트니가 부른 <Live and Let Die>의 가사를 살펴보겠습니다.
When you're young and when your heart was an open book,
네가 어리고 너의 마음이 열린 책이었을 때(네가 어리고 마음이 착했을 때)
You used to say 'live and let live'.
너는 'live and let live'라고 말하곤 했지
지난 포스트에서 설명했다시피 지각동사 hear과 사역동사 make, let, help는 목적어가 일반인일 경우, 그리고 문맥상 목적어가 명확한 경우 목적어를 생략해 줄 수 있다고 했습니다. 폴 매카트니가 부른 <Live and Let Die>의 가사를 살펴보겠습니다.
When you're young and when your heart was an open book,
네가 어리고 너의 마음이 열린 책이었을 때(네가 어리고 마음이 착했을 때)
You used to say 'live and let live'.
너는 'live and let live'라고 말하곤 했지
But if this ever changing world In which we're living
하지만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변화하는 세상이
하지만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변화하는 세상이
Makes you give in and cry
너를 굴복시키고 울게 만든다면
너를 굴복시키고 울게 만든다면
Say live and let die...
'live and let die'라고 말하라
'live and let die'라고 말하라
여기서 'live and let live'와 'live and let die'는 모두 명령문입니다.
s1. Live and let (others) live.
살아라 그리고 (다른 사람들도) 살게하라.
s2. Live and let (others) die.
살아라 그리고 (다른 사람들은) 죽게 내버려둬라.
사역동사인 let의 목적어는 others인데 목적어가 일반인이기 때문에 생략해 버린 것입니다. 따라서 '사역동사 let + 동사원형'의 형태가 된 것입니다. 의역하자면 '너 죽고 나 살자.'쯤 되겠네요. 한국어로는 '너 죽고 나 죽자.'라고 얘기하는데 서양 사람들은 '너 죽고 나 살자.'라고 얘기하는 모양입니다. <007 Live and Let Die>의 한국어 제목을 정한 분이 이런 문법사항을 정확히 알고 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설령 알았다고 하더라도 <007 너 죽고 나 살자>라고 하기는 좀 민망하지 않았을까 합니다.
<007 너 죽고 나 살자> 제목이 이정도면 흥행실패는 따놓은 당상이다.
'let + 동사원형'은 아예 숙어의 형태로 굳어버린 경우도 있는데 대표적인 예가 바로 'let go'입니다.let go : 내버려두다, 풀어주다, 놓아주다
s1. He took hold of my tie and would not let go. <let (it) go>
그는 내 넥타이를 잡고 놓아 주지 않았다.
s2. Part of being a parent is learning to let go. <let (children) go>
부모가 된다는 것의 한 부분은 (아이들을) 놓아주는 법을 배우는 것입니다.
s1과 s2 모두 목적어가 문맥상 명확하기 때문에 목적어를 생략해버렸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목적어를 생략하지 않을 경우 'let + 목적어 + go'의 형태로 쓰이기도 하지만 let go의 경우 'let go of + 목적어'의 형태로 쓸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s3. Let him go = Let go of him.
그를 가게 내버려둬.
특히 목적어가 동명사 등으로 길어질 경우 let go of를 사용합니다.
Bob : Go ahead, Cornelius, You can cry.
괜찮아요. 코르닐리어스(잭의 가명). 울어도 돼요.
s1과 s2 모두 목적어가 문맥상 명확하기 때문에 목적어를 생략해버렸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목적어를 생략하지 않을 경우 'let + 목적어 + go'의 형태로 쓰이기도 하지만 let go의 경우 'let go of + 목적어'의 형태로 쓸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s3. Let him go = Let go of him.
그를 가게 내버려둬.
특히 목적어가 동명사 등으로 길어질 경우 let go of를 사용합니다.
s4. Breathe deeply, don't say anything! Relax and let go of trying to control.
깊게 심호흡을 하세요. 아무 말 하지 말고요. 긴장을 푼 다음에 상황을 통제해보려는 생각을 없애세요.
You can cry.... And then something happened... I let go....
영화 <파이트 클럽 Fight Club>을 보면 이 let go의 재미있는 용법이 사용되는 장면이 나오는데 영화의 시작에서 주인공인 잭은 불면증 때문에 고통받습니다. 잠을 잘 수 있는 방법을 찾던 잭은 의사의 충고로 고환암에 걸린 사람들의 모임에 참석합니다. 잭은 고환암에 걸리지 않았지만 고환암에 걸려 남성성을 잃은 사람들이 서로를 위로하고 달래주는 심리치료 과정에서 낯선 남자의 품에 안겨서 울게 되는데 다음과 같은 대화가 등장합니다.Bob : Go ahead, Cornelius, You can cry.
괜찮아요. 코르닐리어스(잭의 가명). 울어도 돼요.
Jack : (narration) And then, something happened. I let go.
그리고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나는 (눈물이) 흐르게 내버려두었다.
주인공인 잭은 불면증과 무미건조한 삶 때문에 감정을 잘 느끼지 못하는데 이렇게 눈물을 흘린 이후에 잠도 잘 자게 되고 정신적으로도 안정을 되찾게 됩니다. 여기서 무엇을 내버려두었는지 문맥상 명확하기 때문에 'let tears go'가 아니라 그냥 'let go'라고 말한 것입니다. <파이트 클럽>에서는 'let go'라고 말하는 장면이 한번 더 등장합니다. 동영상을 통해 확인해 보세요.
Leave him be는 무슨 뜻인가? 그리고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나는 (눈물이) 흐르게 내버려두었다.
주인공인 잭은 불면증과 무미건조한 삶 때문에 감정을 잘 느끼지 못하는데 이렇게 눈물을 흘린 이후에 잠도 잘 자게 되고 정신적으로도 안정을 되찾게 됩니다. 여기서 무엇을 내버려두었는지 문맥상 명확하기 때문에 'let tears go'가 아니라 그냥 'let go'라고 말한 것입니다. <파이트 클럽>에서는 'let go'라고 말하는 장면이 한번 더 등장합니다. 동영상을 통해 확인해 보세요.
말하자면 'let go'는 한국어로 '내버려 둬' 정도로 해석하면 되겠습니다. 그런데 내버려 둔다는 표현은 '(가게) 내버려 둬'라는 의미도 있지만 '(가만히) 내버려 둬'라는 의미도 있죠. '그를 그냥 내버려둬'라고 하면 'Let him be.'라고 하면 됩니다. 그런데 영화 등을 보면 가끔 'Leave him be.'라는 표현이 나오곤 합니다. 원래 지각동사와 사역동사만이 원형부정사를 목적격 보어로 취하는데 관용적으로 leave가 be동사를 목적격 보어로 취하기도 합니다.
"Leave him be."라는 표현이 나오는 영화 <LA Confidential>의 한 장면. 유튜브에서 무비 클립을 찾을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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